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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옆에서 자려면 더위쯤이야2018.9.10

투 율 2023. 10. 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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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판에 누운 사진은 못 찍어 ㅎㅎㅎ)
엄마 아빠가 서울 병원에 갔다가 우리 집에 오신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목소리가 거의 죽어가시는 목소리더군요.

순간   짜증병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하루종일  툴툴 거리며 다녔습니다.
"그러니 왜 내려가셔~ 조금 괜찮아지면 내려가고 괜찮아지면 내려가고------ 왜 내려가서 아퍼서 올라오시는데. ...그렇게 내려가지 말라고 사정했는데 우리 손을 뿌리치고 내려가셨으면  아프지  말으셨어야지 왜 내려가서 아프시냐고...."ㅠㅠ

항상 그랬습니다.
본인이 내려가고 싶으시면 몸이 아프신 엄마는 생각하지도 않고  기어이 엄마를 데리고 내려가셨습니다.

몸이 아픈 엄마는 좀더 계시면서 아이들 옆에 있어주고 싶어하시는데 육신의 아버지는 항상 이런식 결말을 만드셨습니다.

'이제야 몸이 조금씩 좋아지는데 왜 엄마를 데리고 가시냐구요.
가시고 싶으시면 혼자나 가세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버지가 삐치시면 엄마가 더 힘드실 것 같아 꾹꾹 참았습니다.
내 마음에 참는 말과 함께 미움이 차곡차곡 쌓이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리는 것 같습니다.
어유~미워

나의 짜증을 주최 할 수 없어서 오늘은 안되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엄마 아빠가 작은언니네 집에서 주무시고 내일 오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정말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오셨으면  미움을 고스란히 뱉어내는 사고쳤을지 모릅니다.

내일은 사고치지 않도록 마음을 잘 다스리고 있어야지~

울 성전문지기님이 엄마 아빠를 모시고 왔습니다.
밉지만 참을 수 있는 인내가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율하는 항상 그렇듯 자기 방에 할아버지가 주무실 자리를 마련해 놓고 할머니와 잠 잘 이부자리를 폈습니다.
그리고 새벽예배 가려고 할머니를 꼭 껴안고 잠이들었습니다.

율하의 섬기는 모습을 보면 정말 많이 예수님을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빠 하나님~
율하는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섬김의 모습을 갖추었을까요?

엄마는 주무시는 내내 끙끙 앓으셨습니다.
엄마의 고통의 소리를 들을 때마다 오늘밤이 엄마와 마지막이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엄마는 아직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으셨거든요.
'아빠 제발요.  우리 엄마가 아픔을 이길 수 있게 해주세요'

다음날 아침 엄마가 겨우겨우 일어나시는 모습을 보며 울뻔했습니다.
꽃처럼 어여쁜시절에  시집 와서 꽃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길가에 잡초처럼 짓밟힌 긴 인생 그 긴 시간 동안 홀로 자녀들을 낳고 자신의 생명으로 자식들을 지키시고 키우신 우리 엄마
그런 엄마의 삶이 다 해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아이들이 학교 간다고하면 아프셔도 일어나셔서 배웅을 해주셨는데 누우셔서 살짝 얼굴만 들어 웃으시는 모습도 마음이 아픕니다.

엄마가 춥다라고 말씀하셔서   행동대원인 율하와 제가 방에서 옥장판을 꺼내다   펴드고 온도를 올려 드렸습니다.
엄마가 누우시며 "이제야 좋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런데 할머니 옆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한 어린양이 있더라구요.
그 어린양은 바로 김율하
할머니 옆에서 자고 싶은데 뜨거워서 옆으로 가지 못하고 옥장판 밑에서 뒹굴뒹굴 하는 김율하....
뒹굴뒹굴 하더니 어느새 잠이들었네요.
짠~ 하네요. 짠 해

율하는  할머니가 오시면 잠잘 때 할머니 옆에서 할머니 손을 꼬옥 잡고 자거나 꼬옥 끌어 안고 잠을 잔답니다.
잠버릇도 엄청 고약스러운데 할머니랑 자면 잠도 얼마나 예쁘게 잔다고요.ㅎㅎ

그런데 저 뜨거운 옥장판이라는 장벽 때문에 할머니 옆으로 가지 못하니 ㅠㅠㅜ

화장실 가다가 율하를 보니 내 소리를 듣고 뒤척이이더군요.
그리고 할머니를 찾아 옥장판으로 올라가 할머니 옆에 눕더라구요.
그리고 어떻게 되었을까요?ㅎㅎ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보니 뜨거운지  바닥으로  다시 내려갔더라구요.

수요일 밤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걱정이 되어 율하 율민이에게 집에 있으라고 하고 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이미 잘 준비를 해 놓았더군요.
할머니가 아프시니 바닥에서 같이 자자고는 말 못하고 할머니 옆에 누워서 할머니를 바라보는
율하의  눈빛이 애처롭더군요.

한참을 옥장판 밑에서 할머니를 바라보며 뒹굴뒹굴 하던 율하는  무엇인가 비장한 각오를 한 듯  할머니가 누워 계시는 옥장판 위로 굴러가 할머니 옆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 따뜻하다" 라고요.
그리고 할머니를  꼭 끌어  안더라구요.
할머니는 그런 율하가 사랑스러운지 호호호 웃으시면서 율하의 등을 토닥여 주셨습니다.

ㅎㅎ~ 별일 이지요.
더운 것을 죽도록 싫어하는 율하가 할머니 품에서 자려고 옥장판의 더위 위로 올라 갔으니 말이에요.
더울텐데~**
어제 못안고 잔 서러움을 달래려는 듯 할머니를 꼭 끌어 안더니  할머니의 손 자장가 몇 번에 거짓말 같이 할머니 품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대단한 김율하
존경스러운 김율하
아들 고맙다.
율하를 보면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아빠~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우리 엄마를 사랑으로 섬기고 할머니께 기쁨이 되어주는 귀한 아들 선물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부모님에게 내 자녀가 잘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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