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색2019.8.14
율민이가 제게 묻더군요.
"엄마 지우가 어떤색 좋아하~게요."
지우는 우리 유치부 부감님 딸이에요.
"글쎄요 잘모르겠는데 지우는 무슨색 좋아해요?"
지우가 무슨색 좋아하는지 몰랐을까요?
알고 있었지요.
그래도 물어줘야 이야기가 진행 될 것 같아서 물었어요.
아니라 다를까 내 질문이 아주 만족스러운지 얼굴에 빛을 뿜으네요.
"지우는 주황색을 좋아한데요"
"그렇구나. 그럼 율민이는 어떤색 좋아하세요?"
엄마가 되어서 딸이 어떤색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묻느냐구요?
몰라요.
전 우리 율민이가 "오늘" 어떤색을 좋아하는지 진짜 모른답니다.
우리 율민이는 좋아하는 색이 자꾸 바뀌거든요.
기분 좋으면 이색저색 다 좋다하다가 기분이 나쁘면 모르겠다고 하거든요.
그러니 진짜로 모르는 것 맞지요.
갑자기 궁금해지더군요.
우리 율민이 오늘은 어떤색을 좋아할지...
"전 무지개색이 좋아요."
율민이의 대답을 듣고 속으로 말했어요.
'넌 엄마딸 맞네'라구요.
저도 무지개색을 좋아하거든요.
그러면서 생각의 문이 열렸어요.
그리고 지우고 싶은 기억중 하나인 기억을 끄집어 냈지요....이런 기억은 잘 지워지지도 않네요.
전학을 와서 어리둥절하던 그 시기...
'같은나라에 살면서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라고 문화적 차이를 많이 느꼈던 시기였지요.
반 아이들이 소풍을 가서 빙 둘러 앉아 서로를 알기 위해 서로에게 질문을 하자고 했어요. 처음 던진 질문이 좋아하는 색에 대해서 였어요.
아이들은 차례대로 좋아하는 색을 말했어요.
누구는 빨강색 누구는 무슨색....
그런데 어떤아이가 난 검은색이라고 말했어요.
그 누구도 말하지 않고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검은색을 좋아한다구요.
빙 둘러 앉았던 아이들이 그 아이를 보며 '넌 어두운색이 딱 어울려'라는 표정으로 그 아이를 바라보라구요.
세상이 99대 1로 나누는 순간이었지요.
'나도 검정색 좋은데'
그런데 저는 그 때 정답아닌 정답이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들 무리에 들어가려면 절대로 검정색이 좋다거나 어두운색이 좋다고 말하면 안된다는 답을 얻었어요
내 차례가 다가 올수록 두려웠어요.
내 대답에 방금전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까봐서요.
'제발 내 차례가 지나가기를...'
그러나 내 바램처럼 지나가지 않고 내 차례가 오고 말았어요.
"난 무지개색이 좋아"
그러자 친구들이 쟤는 또 뭐야라는 눈으로 서로 바라보더라구요.
"어떤색이냐고 물었잖아. 한가지 색만 말 해 "
옆에 있는 있는 아이가 설명아닌 설명을 해 주는데 도무지 이해 할수가 없더라구요.
난 정말로 무지개색이 좋은데 왜 꼭 한가지 색만 좋다고 해야 하는지....
내가 말하는 순간 98대 2가 될까봐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노랑색."고개를 떨구고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어요.
'무지개에 노랑색이 들어 있으니 무지개색이야'라며 내 자신을 위로했어요.
아이들은 그 때서야 만족 한듯 다른 아이로 넘어가더라구요.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그 아이들에게 묻고 싶어요.
왜 무지개색은 안되는지...
그리고 검정색을 좋아하면 왜 안되는지...
ㅎㅎ
너무 소심해서 그때는 묻지 못한 것을
시간이 너무 지난 오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그들에게
묻고 싶네요.
옆에서 책을 읽고 있는 율하에게 물었지요.
"율하야 넌 어떤색이 좋아"
"전 어두운 색이 좋아요"
순간 검정색이라고 말했던 그 여자아이가 떠오르더라구요.
얼굴은 떠오르지 않지만 느낌이 어두웠던 그 여자아이~
율하를 바라보았지요.
너무나 평온한 저 얼굴에 내가 모르는 어두움이 율하에게 있었던 것일까?
그러다가 웃음이 나왔어요.
'그 친구 같지 않았던 그 아이들의 표정이 내 표정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내가 책 읽을 때 누가 질문이나 말시키면 싫은 것처럼 율하도 그럴 것 같아서 책을 다 읽기를 기다렸지요.
책을 다 읽은 율하에게 물었어요.
"왜 어두운색이 좋아. 검정같은 어두운색이 좋은 거야"
"엄마 저는 검정도 어두운 검정이 좋고 빨깡도 어두운 빨강이 좋고 노랑도 어두운 노랑이 좋아요"
"그런 의미의 어두운색이었어."
국어시간도 아닌데 틀린표현 꼬리잡아 좋은 아침시간 망치기 싫어서 넘어갔어요.
'아들 그 때는 진한색이라고 하는거야'라고 속으로 말하면서요.
하옇튼 오늘 아침 어줍잖은 지식으로 우리 아이들 심리테스트 할뻔했네요.
악한 길이 아니면 사랑하고 지지해주면 되는데...
덥네요.
모두 주님 안에서 영육이 강건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