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극한 직업2022.8.25
(제가 만들어준 장기판)
우스갯소리로 아빠를 직업으로 분류한다면 아빠는 극한 직업 중에서도 더 극한 직업이에요.
옛날 우리 아빠는 강태공처럼 낚시하며 세월을 즐겼어요.
그리고 생계나 집안일이나 자녀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으셨지요.
우리아빠 같은 이런 아빠는 극한직업 명단에서 제외하는 것 아시죠?
그런데 어제 우리 아이들 모습을 보니까 우리 남편은 아빠라는 극한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더라고요.
물론 회사를 끝나고 돌아와서 아이들도 돌보지 않고 가정 일도 하지 않는 파업한 아빠들도 있겠지만 말이에요.
우리 남편은 four 잡을 해요.
주의 종을 일로 나눌 수 없고 아빠도 일로 나눌 수 없지만 여긴 나의 세계니까 나눠볼게요.
1. 교회에서 주의 종으로 섬기고
2. 가게에서 일주일 일하고
3. 가게 일이 없을 때에 배달알바
4. 아빠라는 일을 해요
참 많이 일하네요.
아프지 않아야 할텐데..
우리 율하 율민이는 학교 갔다와서 정해진 할 것들을 한 후 오후가 되면 아빠를 기다려요.
(학원을 다니지 않아서...)
그리고 하루 일과의 마지막에 꼭 빠질 수 없는 일인 것처처럼 아빠와의 계획을 잡아요.
몇가지 적으면
농구를 하자, 간지럼피우며 씨름하자, 베드민턴을 치자
장기두자, 오목을 두자, 여행지 알아보자, 사고 싶은 것 알아보자, 마트에 가자...
그리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전화를 해서 뭘 사오라고 부탁을 하지요.
나도 자녀이고 아들이고 딸이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이 부럽네요.
오늘도 율하 율민이는 아빠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아빠가 오면 할 계획을 잡았어요.
율하는 아빠랑 장기를 두고 싶다네요.
하도 아들과 아버지가 서로 이겼다고 싸워서 장기판을 숨겼는데 어디에 숨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아빠랑 장기를 두고 싶어하던 율하가 아빠랑 똑 같은 말을 하네요.
"나 아빠랑 장기두고 싶은데...엄마는 너무 잘 두는 것이 문제예요"
ㅎㅎ
제가 너무 잘 두면 문제이긴 해요. 이 작은 집에서 아무리 찾아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율민이랑 장기알로 알까기를 하더라구요.
ㅎㅎㅎㅎㅎㅎ
배꼽잡고 웃었어요.
솔직히 알까기는 율하가 대가인데 너무 쉽게 율민이에게 깨졌기 때문이에요.
내리 3판이나 졌어요.
ㅎㅎ
율민이가 업 된 표정으로 웃으며 제게 도전장을 내미네요.
"엄마 붙으세요"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진 후 울기 없기예요."
그랬더니 율민이가 자신있다는 듯 활짝 웃으며 말하네요.
" 엄마나 진 후 울지마세요."
왕 하나에 졸을 놓았어요.
그런데 ㅎㅎㅎㅎㅎㅎㅎ 야심차게 도전하고 장기알을 쏘았는데
사이사이 잘 피해서 아웃 되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무참히 세판졌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율민이 왈
" 아빠 빨리오면 좋겠다. 아빠오면 알까기 하자고 해야지."
율민이는 아빠랑 알까기 계획을 세우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남편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뒤 따라오는 생각 하나가 있더라구요.
아빠는 진짜 극한집업이다라구요.
그러면서 어제 우리남편 상황이 떠오르더라구요.
피곤하고 손목도 아픈......
아빠는 행복하기도 하지만 참 힘들겠어요.
사춘기 아들 딸이 아빠의 퇴근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보기에 참 좋은데 지친몸으로 돌아와서 아이들 비위맞춰 가며 놀아준 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리고 시간나면 설거지에 청소에 세탁에 빨래정리까지 해 주니까요
아빠는 참 힘든 직업, 극한의 직업이맞네요
갑자기 이 노래가 떠오르네요.
율하 율민이가 아주 어릴 때 어린이집에서 배워와 아빠가 퇴근하면 불러드렸던 노래
"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서로 함께 있어서 힘이 나는 것이 가족인가봐요.
극한 직업 일선에서 가족을 위해 여러가지 일로 수고하고 애쓰는 우리 남편 성전문지기님 힘내세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