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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초 증후군2023.3.7

투 율 2023. 10. 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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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치고 처음 오락실 간 날)

오빠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일까요?
정말로 오빠가 다니는 중학교에 가고 싶어했고 정말로 중학교 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이 컸다 우리딸"이라며 칭찬해줬지요.

우리 율민이가 학기초를 기다리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라 정말 대견한 일이거든요.

정말로 기대를 하고 있어서 그랬을까요?

초등학교 때 보였던  학기초 증후군이 사라졌다고 생각 될 정도로 증상이 없더라구요.

학교 가기전 1주일 증상
학교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함. 손톱을 뜯음

그리고 학교 갔다와서 증상
손톱이 뜯겨져 나가고 학교가기 싫다고하고 머리아프고 배 아프다고 함, 잠을 깊이 들지 못하고 자다가 놀래서 깸

중학생이 된 첫 날 학교에 갔다오더니

"엄마 우리반 선생님이 너무 무서워요"라고 말을 하더라구요.

 

그리고 두번째 날 "엄마 우리반 선생님이 학교에서 최고로 무서운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구요.

사회성 저하증상일까요?

 율민이는 목소리 톤이 높으면 상대를  화났다거나,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다 그렇지는 않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성전문지기님과 제가 목소리 톤을 높이면 "엄마 화나셨어요.하거나 아빠는 왜 화를 내세요'라고 말해요.

ㅎㅎ

 

ㅎㅎ 중학생이 된 율민이 많이 성장했어요.

다는 아니지만 옆친구랑 앞뒤친구랑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영어선생님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영어선생님이 오빠를 착하다고 했다는 말과 선생님들이 니가 율하동생이니라고 물었던 이야기를 쫑알쫑알 하더라구요.

저럴 땐 정말 귀엽다니까요...

 

다행히 학교 갔다와서 머리아프다거나 배가 아프다는 말이 없어서 긴장감을 늦추었지요.


그런데 이제 1주일이 지났는데 주일저녁부터 율민이 입에서 머리가 아프다는 말이 나오더구요.
초등학교 학기초에 나타났던  증상이 제발했더라구요..

저는 율민이가 이럴 때마다 안타깝고 힘들어요.

제가 힘든 것은   학기초증후군이 나타내서 힘든 것이 아니라, 이렇게 힘든데 참고 학교를 다니려고 하는 것이 힘들어요.

친구가 좋은 아이라...

저는 솔직히 학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학교생활이 지옥은 아니었지만 천국도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율하율민에게  홈스쿨하자고 항상 말하는데 굳이 저렇게 힘들어 하면서 학교를 가려고 하네요.

저녁에 머리아프다 해서 약먹여 재웠어요.

저녁  7시에 잠들었어요.

그리고 월요일 아침이 되었어요.

우리집에서 가장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율민이인데  일어나질 못하네요..
방에 들어가서 살며시 머리를 만졌더니 눈을 뜨더라구요.
'얼굴에 나 아파요'라고 써 있네요.

남들은 그냥저냥 살아가는데 우리 율민이는 왜 이렇게 어렵게 살아가고 견뎌야 할까요?

키는 어른처럼 큰데 아직도 어린 율민이가 힘들게 사회를 견디고 버텨나가는 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하네요.

자존감도 굉장히 높고 밝은 아이인데 학기초만 되면 저렇게 작게 움크리네요..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학교가지 말고 엄마랑 놀자고 했어요.

오늘 조카 하연이 병원데리고 가서 진료받고 태릉에 되려다 줘야 하는 날이거든요.

선생님께 전화드렸어요.
선생님이 준비할 서류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자주 아픈 아이냐고 물으시더라구요.
그래서 '학기초만 아플 예정이에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율민이가 옆에 있어서 차마 그렇게 말하지는 못하고 "네"라고만 했어요.
그리고 전화를 끊었지요.
그런데 우리 율민이 저에게 신기하다는 듯 말을하네요.
"엄마 우리 선생님 정말 착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우리한테는 착한목소리를 사용하지 않으시는데"ㅎㅎ
율민이 말을 듣고 내 학창시절이 떠오르더군요.

학기초 흐름이 있어요.

학습분이기가 좋은 반은  선생님도 온유하세요.

그러나 학습분이기가 엉망인 반은 온유할 수가 없어요.

'학기초에 학급 분위기를 잡지 않으면 1년이 엄청 힘들거든요.

크고작은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거든요.

 

나도 가르치는 입장에 서보니 선생님들의 고초를 100%는 아니지만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율똥아 니가 어찌 학교 선생님의 고초를 어찌알겠니? 너처럼 결석 많이 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선생님들은 일이 2배가 된단다.ㅎㅎ'라고 말하다가 꾹 참았지요.

진료받고 약처방 받고 나와서   가고 싶어하는 오피스디코에 갔어요.
그리고 테이프로 만드는 공만들기를 사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어요..

그리고 점심을 먹었어요.

내 마음은 밥에 찌게를 먹고 싶었으나 아이들은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하네요.

맘스터치에서 햄버거를 먹고 하연이 진료가 2시 예약이라 서울로 출발했어요.


솔직히 우리 하연이 참  대견해요.
손바닥에 화상을 입었는데 치료도 잘 받고 꿈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려가는 모습이요.

하연이 진료받고 나와서  쇼파에 앉아 소견서를 기다리며 우리 율민이 손을 잡았어요.
그랬더니 율민이가 화들짝 아파하며 손을 빼네요.

"엄마 너무 꽉 잡지 마세요.   제가 물어 뜯어 손이 아프거든요"라며 손가락을 보여주네요..

 

손가락을 왜 보여줬냐구요?

손톱이 다 뜯겨 나가있고 손톱 옆에 살들도 뜯겨 나가있더라구요.

옆에 계시던 분이 경험자이신 듯 율민이 소리를 듣고 웃으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마스크를 쓴 입으로   어이없는 웃음을 지어보였지요.

'올 해 초도 손톱깎이가 필요 없겠네'라고 마음에 속삭이면서요.

이제까지 학교 상담신청을 한적이 없는데 중학교 1학년 처음 선생님과 상담신청을 했어요.
3월 13일 4시

3월 7일 화요일
오늘 아침
머리가 조금 아픈데 학교를 가겠다고 해서 학교를 갔어요.

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도 되는데....

좀더 많이 사랑해주고
좀더 많이 관심을 주고
좀더 많이 들어줘야 겠어요.

율민아 힘내.
너를 전쟁터에 보낸 엄마처럼 정말 안타까운 마음으로 너를 사랑하시고 너를 지키시고 너를 돌보시는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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