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렸어요

봄이네요
맞아요. 꽃이 핀 걸 보니 봄이네요.
봄에 꽃이 폈네요.
맞아요. 봄이 와서 꽃이 폈네요.
성전문지기 아내네요.
맞아요. 성전문지기 아내네요.
성전문지기 아내에겐 향기가 없네요.
맞아요. 성전문지기 아내에게는 향기가 없어요.
제가 비밀 한가지 말 해 줄까요?
예수님의 향기는 모든 것을 담아내는 무향이에요.


어떻게 이렇게 멋지게 찍 힐 수 있죠?
원본을 숨기거나 사진을 출력해서 액자에 넣어야겠어요.
근사하다.
아빠!
저는 왜 이렇게 다ㅡ 잘하는 거예요.
ㅎㅎ~성전문지기 아내 자존감 업그레이드 중
예수님의 향기는 무향이에요.

아빠 근사하지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엉성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제 그림을 볼 때마다 행복해요.
그림을 진짜로 잘 그리는 사람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감정 조절이 잘 되어서 그런지 어두움이 드러나지 않거든요.
그런데 전 감정조절을 잘 못해서 슬프거나 우울할 때 그리면 너무 어둡더라구요.
그래서 나만의 규칙을 만들었는데 슬플 땐 그림을 그리지 말자랍니다.
행복 할 때만 그려서 그런지 그림을 보면 행복해져요.
감사해요

아빠
그림을 찍어 아이공간에 올리는데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림을 통해 보는 내 모습 그렇게 나쁘지 않네요.
지금은 웃긴 꿈처럼 들리겠지만 사랑하는 지인들을 불러서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손 끝을 통해 아빠가 만드신 세상이 어떻게 해석되는지 보고 싶지 않으세요.
저도 보고 싶어요.
그런데요 아빠
이 나이에 학원을 갈 수 없잖아요.
학원 가봐야 별 효과도 없을거구요.
그래서 말인데요
아빠 저에게 아빠의 능력을 조금만 빌려 주시면 안될까요?
천국에 가는 날 돌려 드릴께요.
저 정말 그리고 싶어요
그리고 오늘부터 저를 부르실 때 강화백이라고 불러주세요.
ㅎㅎㅋㅋㅎㅎㅋㅋ


이렇게 쓰고 보니 아빠 저 정말 대단한 사람 같아요.
혹시 화가가 되어 그림 그리는 것이 제 달란트였나요?
난 왜이리 땅 속에 숨겨놓은 달란트가 많은 거죠?ㅠㅠ
분명 땅 속에 달란트를 숨겨 놓은 종은 한 달란트였는데....
혹시 저에게는 한 달란트로 주시지 않고 렙돈으로 바꿔 주셨나요?

냉장고 뒤를 청소하다가 발견 했어요.
보물을 찾은 것 같네요
율민이가 자기 그림을 문에 붙여는데 내가 뜯었더니 질투가 담긴 표정으로 말을 하더라구요
"엄마 그림은 많이 붙여 놓고"
율민이 말이 맞긴 맞네요.
내가 모르는 그림들이 삐죽삐죽 나오는 걸 보니.
아빠
구름처럼 흘러 가고 싶네요.
흘러 갈 수 없어서 구름을 그리는지 모르겠네요.
졸리기는 하는데 잠이 오지 않고 답답해서 붓을 잡았어요.

오랫만에 그렸는데 손은 붓을 기억하고 붓은 손을 기억해 쓱쓱쓱 그려가네요.

과연 어떤 그림을 만날지 궁금하네요.
여러장의 사진 중에서 눈길을 잡아 당긴 사진을 집어 들었는데 밑 작업만 했는데도 근사하네요.

나만 근사 한가요?

뭐 어때요. 나를 위한 나만의 공간인데.

(4월 26일 진행중 )

5월 4일 완성
무료하게 보내버린 시간이 많이 아쉽네요.
아빠 그 시간은 어디로 갔어요?
잡아 올 수 있으면 잡아 오고 싶어요.
잡아 와서 다시 살아보게요.
아빠
살아 있다는 것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