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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는 나무였는데(17.11.2)

투 율 2023. 9. 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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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폭우가 내리듯 비가  내리다가  갑자기 멈추었습니다.(나무에 물을 뿌리는 소리였음)

그리고 위~이잉 위~이잉하는 소리가 늦은 밤까지  들려왔습니다.

아빠와 율민이는 벌써  꿈나라에 갔는데 율하는 그 소리가 거슬리는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키도 크고, 마음도 넓고, 사랑도 큰 율하는  겁도 엄청 많습니다.
"엄마 저 소리 무슨 소리예요. 저 소리 무서워요."
솔직히 저도 무슨 소리인지 궁금했습니다.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소리 같긴 한데.... 이 오밤중에 민원을 겁내지 않고  요란하게 공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쎄~엄마도 잘 모르겠어요."
위이잉 위이잉~
멈출 것 같지 않던 소리가 멈추고 조용해졌습니다.
율하는 내 손을 꼭 잡고 잠이들었습니다.

수요일 아침~
북맘 활동으로 모두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길가에 뿌리가 뽑혀 쓰러져 있는 커다란 나무를 보았습니다.
"엄마 나무가 왜 뽑혔어요"
"글쎄.~"
율민이가 궁금해하며 걸음을 늦추려 하자 율민이의 손을 잡아 당겼습니다.
"율민아 엄마 늦었어요. 엄마 먼저 갈테니 보고 올래요?"
"아니요."
율민이와 함께  달리면서 저도 궁금했습니다.
저렇게 크고 잎이 푸르른데 왜 뽑혔지....
가게가 잘 안보인다고 뽑아 버렸을까?
사람에 의해 심겨지고 사람에 의해 뽑혀진 나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시 45분 2학년 3반에 들어가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때론  10분 책을 읽어주기  위해 이렇게 분주한 아침이 싫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 와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마음이 행복해 집니다.
숨죽이며 듣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를 보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학교 가다 보았던 쓰러진 나무 앞에 섰습니다.

어제까지 잘 서 있던 나무가 왜 뽑혀 쓰러졌을까?
나무 옆으로 가 여기저기 둘러보던 나는 깜짝놀랐습니다.
'저렇게 푸르른데  뿌리가 썩었어'
저는 푸른 잎사귀 때문에 뿌리가 썩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썩은 나무 밑둥을 보기 전까지는요.
이기적인 사람들이라고  욕했던 것이  미안해졌습니다.

아빠~사람들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뿌리가 썩어다는 것을요?
참 다행이네요.  사람들이 다치지 않고 건물들이 피해를 입지 않아서요.
아빠~이렇게 생각하니 죽은 나무 때문에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속으로 아빠 하나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뿌리가 썩은 나무의 모습이  꼭 내 모습 같았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는 의롭고 경건한 척 뿌리깊은 믿음이 있는척 하는데 막상은 하는척 있는척만 할뿐 보여지는 내 모습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빠~  저는 살아있다고 살고 있는데  저 나무처럼 영혼이 병들고 영혼이 죽은 사람은 아니지요?
두렵고 무섭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뿌리가 썩어버린 나무처럼 영혼이 병들고 죽어있을까봐서요.

아빠~저 나무는 어떻게 될까요? 
열매 맺지 못한 나무가 불속에 던져지듯 저 나무도 불속에 던져지겠지요.

가을이 이렇게 예쁜데 가을을 보지 못한 저 나무 참 불쌍하네요.

감사합니다.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셔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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