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소원은 베란다가 있는 집에서 사는 것이었어요.
밖을 바라보며 멍때리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었거든요.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로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어요.
어떤 사람은 고작 베란다가 있는 집을 꿈꿨다고 하면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이 작은 베란다를 유니게의 정원처럼 만들거예요.
그럴려면 식물을 사야겠지요.ㅎㅎ
우리집 첫 식물은 제라늄이에요.
물만 잘 주면 사계절 네 - 꽃을 피우고 꺾고지라 번식도 잘 된다고 하더군요.
이제 이 작은 베란다에 제라늄꽃으로 가득하겠구라라고 생각하니 정말 행복하더라구요.
베란다에 놓인 제라늄 화분을 보았습니다.
"저렇게 작은 화분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꽃을 피우려면 영양분이 많이 필요하겠는데."
이렇게 생각한 저는 꽃대가 올라오고 있는 제라늄을 큰 화분으로 옮겼어요.
"영양 분을 많이 먹고 얼른 쑥쑥 커서 예쁜 꽃을 많이 피워 주렴."
저는 많은 제라늄이 영얄분을 먹고 쑥쑥 커서 예쁜꽃을 활짝 피울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제라늄이 비실비실 하더니 올라오던 꽃이 다 말라버리는 거예요.
꽃을 떼어주면 주면 다시 꽃대에서 꽃이 핀다는 말이 생각나서 말라 비틀어진 꽃잎을 떼어 내주면서 후회했어요.
"꽃을 피울때는 분갈이를 하지 않는 것인데.ㅠㅠㅠ"
조그만 페트병을 잘라 제라늄에 물을 주었습니다.
"죽지 말고 잘 살으렴"
그런데 화분에 물을 줄 때는 흠뻑주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우선 식물에 물을 주는 물조리가 없어서 다쓴 세제통을 깨끗이 씻어 물을 담아다가 흠뻑 물을 주었어요.
"많이 먹고 쑥쑥자라 예쁜 꽃을 피워라."
잔뜩 물을 먹고 예쁜 꽃을 피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음날 아침 보니 잎이 누렇게 변했네요.
"사람은 아프면 약을 먹듯이 영양제를 먹으면 살지 않을까?"
그래서 영양제를 사서 화분에 조금씩 뿌려주고 나머지는 화분에 꽃아주었습니다.
빨리 먹고 싱싱해 지라구요.
그런데 싱싱하게 잘 살아날 줄 알았던 제라늄이 이제는 밑에 잎도 시들기 시작했더라구요.
이제 내 마음에 꽃은 안 피워도 좋으니 제발 죽지만 말고 살아달라고 애원했어요.
아무것도 해 줄 것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화분을 베란다 밖 화분대에 올려놓았어요..
" 그래 비를 맞고 해빛을 쐬이면 살지도 몰라. "
그런데 비를 맞고 싱싱해 질거라 생각했던 제라늄은 끝내 윗줄기가 말라버렸더라구요.
"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아니었어"
이제는 더이상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기도했습니다.
" 예쁜 꽃을 피우지 않아도 돼요. 여러개 번식시키지 않아도 돼요. 그러니 죽지 않고 살게만 해 주세요."
저는 제라늄을 보면서 꿈꿨던 미니정원을 생각했습니다.
제라늄은 꺾꽂이라 화분수를 금방 늘려 줄 것이고 그러면 많은 화분에서 꽃이 피면 유니게의 정원처럼 될 것이라구요.
오늘 아침 베란다 화분대에 놓여있는 제라늄 화분을 보았습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더이상 없어보이지만 깨끗한 물 조리에 물을 담아 뿌려주고 마른잎 가득한 속에서 살고자 애쓰는 가려린 잎들에게 힘내라고 사랑을 담아 말해 줘봅니다.
처음부터 요만큼만 사랑하고 요만큼만 관심을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이라며 후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