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민이 그토록 가고 싶어하던 아트박스에 아빠랑 갔어요.
아빠가 자기에게 못해주는 것은 아닌데 간혹 이모부랑 아빠를 비교해요.
"하연이는 좋겠다 아빠랑 아트박스에 가고...."
전 아트박스를 가본적이 없어서 아트박스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율하가 문구점 같은 곳이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속으로 '고작 문구점 못갔다고 며칠을 투털인 거야'라고 했지요.
성전문지기님 간단하게 점심 때 사온 피자와 치킨 먹고 율민이에게 걸어서 아트박스 가자고 하더라구요.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
토요일 저녁에 둘이만 데이트가자고 하리라고....
율민이 얼굴이 햇살처럼 밝아져서
저는 어두운 밤에 해가 뜬줄 알았다니까요.
ㅎㅎ
평발이라 오래 못 걷는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남편이랑 저랑 텔레파시가 통했나봐요.
울 성전문지기님이 율민이에게 계약서를 쓰고 가자고 하네요.
율민이는 조그만 걸어도 다리 아프다고 투덜거리거든요.
계약서
나 김율민은 3월 18일 토요일 아빠랑 걸어서 아트박스를 가는데 갔다 온 후에 아프다거나 짜증내지 않겠습니다.
만약 약속을 어길 경우에 아트박스에서 사온 물건을 다 김율하에게 주겠습니다.
ㅎㅎ 너무 웃긴 계약서이지요.
엄마를 줘야지 왜 오빠를 줘?
너무 웃기다.
솔직히 걷는 것을 싫어하는 율민이가 걸어서 가겠다고 약속을 한 것이 신기하긴 했어요.
평발이라 조금만 걸어도 힘들어 하는데....
저와 성전문지기님은 율민이 앞에서는 최대한 평발이라는 것을 모르게 하려고 율민이에게 평발이라고 말도 하지 않아요.
그런데 율민이는 평발이 먼지 잘 모르지만 발바닥이 아픈 것은 알더라구요.
아빠와 딸이 다정하게 밖으로 나가더니 저희 남편에게 전화가 왔어요.
"율민이가 진짜로 걸어갈 생각인가 봐요"라구요.
ㅎㅎ
저는 율민이 마음을 알 것도 같더라구요.
얼마나 좋았으면 차타고 가자고도 안하고 그 먼길을 걷겠다고 했을지...
아빠와 딸은 인계동에 있는 아트박스까지 걸어서 갔다왔어요.
집안으로 들어오기전 멀리 떨어진 거리인 것 같은데 기분이 좋아서 목소리톤이 높아진 우리 율민이 목소리가 집에 앉아서 말씀을 준비하는 내 귀에 또렷이 들려오더라구요.
ㅎㅎ
집으로 들어온 우리 율민이 손에 예쁜 쇼핑백을 들려있더라구요.
'얼마나 많이 샀길래...'
얼굴에 행복가득이라고 쓰여있는 얼굴로 들어와서 저에게 그러네요.
"엄마 우리 저녁마다 아트박스까지 운동해요. 저 정말 멀리까지 정말 많이 걸었어요."라구요.
내가 생각해도 정말 많이 걸었어요.
걷고도 저렇게 행복해 하는 것을 보니 아트박스 털어서 온 줄 알았어요.
ㅎㅎ
그런데 자랑한다고 내 앞에 꺼내 놓은 것을 보니 ...에게게..고작 몇개 라는 말이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율민이 운동도 시키고 나도 운동할겸 "매일아트박스까지 걸어가면 사고 싶은 것 하나 사줄께"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예전 율하가 문제집 한권 풀고 천원 받아서 문구점으로 물건을 사러 가던 표정을 짓더라구요.
웃음이 나왔어요.
남매라 그런부분도 닮았네요.
귀엽고 단순한 2율 남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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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민이랑 아빠랑 데이트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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